녹여라! 1583℃ 열정이 녹는 1년간의 시간.
내가 용접을 배우게 된 계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뭐라도 배우고 활동적인 것을 하면 다시 끔 생기를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호남직업전문학교는 입학 가능한 자리가 단한자리 남아있었고 예비 면접때 무거운 용접기를 옮겨주는 일 아닌 일을 하고나서야 겨우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을 하고 용접에 대한 기초 이론교육을 배울 때 학과 담임선생님께서는 용접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학생들에게 인식 시켜주셨다. 물론 힘든 직업 3D 업종이나 용접이란 분야 자체는 정교하고 튼튼해야 하므로 실력과 일에 대한 긍지가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이라 하셨다.
이론수업은 내가 단순히 건설현장을 지나며 보았던 인부들의 용접하는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용접의 종류와 분야만 해도 기존 내가생각 했었던 한계점을 완전히 깨뜨릴 정도로 많고, 단순히 기술만 습득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이론 즉 철의 상태변화와 아크의 이동, 정전압과 정전류 용접기의 차이, 제도와 기초 원소등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도 꽤있었다. 이러한 정교한 용접이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되고 흥미도 생기게 되었다.
이론과정이 끝나고 본격적인 용접실기 시간때는 정말 나와 내자신, 열기와 의 사움 그 자체였다. 용접기를 처음 잡는 순간에 느꼈던 긴장, 흥분, 설렘은 글을 쓰는 이순간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첫술에 배부른 법 없듯이 실수 불량 작의 연속 이였다 용접비드는 엉망이며 전류값 설정을 못해 철판에 구멍이 뚫리거나 용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설정한전류값, 결과, 원인, 피드백 등을 메모할 것을 권고 하셨고, 쌓여가는 불량작 철판과 적어가는 메모장이 많아질수록 짜증과 좌절감에 ‘나는 용접과도 맞지 않는가보다 역시 나는 아무것도 못해’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 갖았던 열정이 식어 갈 때쯤 그동안 적었던 메모의 공통점 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류 값과 위빙 속도의 관계, 팔의 고정여부, 개선 각의 각도와 개선 면 등의 제각각 이였다는 것들이 데이터화 되어있었다. 그동안 몰라서, 귀찮아서 안했던 메모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써왔던 메모의 데이터를 통해 나날이 양호한 제품과 비드의 상태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때 난 그동안 잊어버렸던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여름이 되었을 땐 정말 힘들고 지쳐갔지만 용접후 쌓여있는 슬래그를 깨뜨릴 땐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용접을 해본사람만 알 수 있는 재미이다. 흑갈색인 슬래그 밑에는 은백색의 용비늘, 물결무늬 의 아름다운 비드가 있을지 아니면 삐뚤어지고 제각인 불량비드가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슬래그를 깼을 때 희비의 교차,
어제보다 나은 결과물을 봤을 때 오늘은 좀 더 성장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뜨거웠던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던 거 같다 뭐 지금은 용접을 하는 중에 비드의 상태를 가늠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시험은 첫시험의 긴장감으로 인해 떨어졌지만 낙담은 하지 않았다. 늘 실패만 했던 내게 큰 변화였다 또 실패구나 가 아닌 긍정적인 생각이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2차 시험땐 수월하게 붙었다. 1년 동안 나는 용접기술만 배웠던 게 아니라 그전 늘 실패의 경험만 했던 나에게 성공했을 때 성취감과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 용접이 잘못되면 구조물의 강도가 약해 쉽게 부서지는 철편을 보며 작업자의 책임감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고 그전 귀찮고 시간 걸려 하지 않았던 메모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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